레이첼 조이스의 소설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지나온 삶의 고백과 성찰을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해럴드 프라이는 어느 날 집을 떠나 많은 만남을 경험한 후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일상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일상과 다를 바 없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일상입니다. 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의 정신적 위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한 출발
양조회사 영업사원으로 열심히 일하다 은퇴한 해롤드. 60대로 소심한 성격의 해롤드는 전 동료 퀴니로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자신은 암에 걸렸고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롤드는 87일 동안 1,000킬로미터의 걷기를 시작하면서, 잊고 있었던 인생의 수많은 추억을 되찾는 동시에 자신을 괴롭혔던 힘든 과거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게 됩니다. 처음에, 그는 퀴니에게 쓴 답장을 근처 우편함에 넣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답장만 해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우편함이 나타날 때까지 걷고 또 다른 우편함이 나타날 때까지 걸었기 때문에 계속 걸었습니다. 사실 퀴니의 편지에서 나온 해롤드의 내면의 혼란은 일상의 깊은 수면 아래 끊임없이 요동치는 격결한 파도였습니다. 결국 직접 퀴니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퀴니가 있는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지금 걷고 있으니 도착할 때까지 꼭 살아 있으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만남
오래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가슴 깊이 묻었던 지난날들이 하나둘 되살아나고, 결국 생각의 바다에 빠지게 됩니다. 이내 외면하려 했던 아픔을 스스로 고백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회복의 시간, 진정한 자아를 만나 화해에 이르는 시간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므로, 긴 여행은 거룩한 순례와 같습니다. 이것은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새로운 만남을 통해 달성됩니다. 배가 고파서 잠깐 들린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여종업원과 잠담을 나누던 중 "믿음이 있으면 퀴니는 병이 나을 수도 있다"는 식당 아르바이트생의 예언 같은 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해 해롤드는 각자 고통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삶을 훔쳐보고, 자극을 받고, 위로를 받는 것. 작가는 해롤드가 어떤 고통을 가슴에 묻었는지 단번에 보여주지 않습니다. 해롤드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았고 점차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됩니다.
새롭게 바뀐 일상
바람과 나무와 숲가를 들여다보며 걷는 발걸음 사이로 옛 시간과 기억이 끼어들기 시작합니다. 사랑했던 아내 모린과 어떻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는지, 하나밖에 없던 아들 데이비드와 어떻게 남남 같은 사이가 되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삶의 궤도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탈해 버렸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순례하는 동안, 해롤드는 그의 과거와 싸우고 그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그 자신을 용서하고 그의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일상은 여행 전 일상과 다를 바 없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일상입니다. 해럴드가 순례를 통해 값진 깨달음을 얻은 사람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을 책에 비유하며 "여행하지 않는 자는 한 페이지만 계속 보는 자와 같다"라고 했고, 알베르 카뮈는 "여행은 무엇보다 위대하고 엄격한 규율"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정체된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겪는 윤형방황의 시간
해럴드는 집, 직장, 일상생활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소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내 모린과 금실이 좋아서 행복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잊을 수 없는 고통으로 정신을 잃었고, 일상의 작은 바퀴에 갇혀 습관적인 패턴만 반복했습니다. 그는 인생의 윤형방황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 모린은 해롤드가 처음으로 집을 떠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어쩔 수 없어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남편에 대한 원망을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 인생에나 방황의 시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삶을 예상치 못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깊은 생각과 행동으로 맞서면 치유와 회복의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